Saturday, April 12, 2014

천년의 고도 마르세이유를 가다

남부 프랑스 해변을 떠나기 전에, 칸에서 묵은 숙소 주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숙소 주인은 어린 두 아들이 있는 카센터 주인이었는데, 카센터 위층에다가 현대식 시설을 갖춘 아파트 호텔을 몇 개 지어 놓고 겸업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곳을 찾아왔을 때는 카센타라 무척 당황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
주인에게 차량 청소를 위해 진공청소기도 빌리고 떠나기 전 타이어 압력도 체크했다. 사업 수완 좋고 서글서글한 프랑스 주인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돈 많이 벌었겠다고 농담했더니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이 아파트 호텔을 친구한테도 추천하겠다고 하니 얼른 호텔 브로셔를 하나 준다.

칸, 니스 등이 있는 이 코트쥐브아르 지방을 떠나서 우리는 고흐가 머물던 아를로 향했다. 거의 세시간을 달리니 마르세이유가 나온다.
천년의 고도다.  안 가볼 수가 없어서 잠간 들르기로 했다.
마르세이유는 일조량이 일년에 삼백 일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날도 변함없이 햇볕이 쨍한 날이었다. 수천년간이나 된 도시답게 길은 좁았고 주차장 찾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네비가 인도하는대로 아슬아슬하게 골목길로 달리다 보면 영락없이 허름하거나 들어가도 되나 싶은 주차장이 나왔다. 당황하면서 골목길을 삼십여분을 헤매다가 해변가의 맥도널드 근처에 지하 주차장을 찾아서 간신히 주차했다.
유럽에서 운전하다가 이렇게 헤메기는 처음이다.











우리는 우선 맥도널드부터 찾았다. 인터넷도 되고 커피값도 저렴하고 화장실도 무료니 안 찾을 수가 없다. 우선 에스프레스 한잔으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긴 맥도널드도 예술이다. 눈앞에 바다와 배가 보이는 곳에 맥도널드가 있단 말인가.




운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항만을 따라서 쭉 걷다가 우리는 코끼리 열차같이 생긴 관광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앉아 있으니 시내를 돌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고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 우리를 안내해 준다.
중간에 어릴적 읽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소설 배경이 된 님 섬도 보인다.




돌아보니 프랑스에서 마르세이유가 가장 오래된 도시인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남해안처럼 해안선을 따라서 섬들이 보이고, 천연적으로 조성된 항만이 있어서 배가 정박하기 쉽다. 과거부터 어부들의 마을이었으리라.

노트르람 성당을 올라가니 마르세이유가 한 눈에 보인다.
이곳 성당은 특이하게도 성당안에 배조형물이 모빌처럼 가득 매달려 있다.
이곳의 생업이 어업이었기 때문에 출항한 배들이 무사귀한을 바라는 마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마가복음에 보면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갈릴리 바다를 지나는 중에 큰 풍랑을 만나서 죽을 위기에 처한다. 당시 예수님은 배고물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다급해진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게 되고 예수님은 믿음없는 제자들을 책망하시고, 바다를 꾸짖어 잠잠케 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 그림이 노틀담 성당의 앞쪽에 시내가 다 내다 보이는 곳에 십자가 조형물과 함께 있다.



아마 아낙네들은 가장의 아들의 무사 기환을 기원하며 이곳에서 기도하였으리라.
이 오래된 도시를 느끼면서 우리는 새로운 숙소로 떠나기로 했다. 날은 벌써 어둑해지고 있다.
그런데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다. 길이 얼마나 막히고 공사중인 곳도 많아 도시를 빠져나오는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운전하다보니 생각나는 나라가 인도다. 이곳 사람들은 신호등 무시하고 건너는 건 일상, 게다가 자동차도 유턴이나 끼어들기가 서슴지 않는다. 어떤 곳은 인도에서 많이 보았던 상점을 연상케 하는 가게와 사람들로 가득하다. 내 눈에는 슬럼화된 것 처럼 보이는 곳도 좀 눈에 띈다.
천년의 고도 마르세이유는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어둑한 도시를 빠져나와 약간 급한 마음으로 숙소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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