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2, 2014

인스부르크 박물관에 가다

손바닥만한 인스부르크지만 그곳에 박물관도 여러개 있다.
십유로에 서너개 박물관과 합스부르크 왕이 묻혀 있는 성당을 함께 볼수 있는 콤보 티켓을 샀다.

이곳에서 박물관을 보면서 간만에 참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브르에서 느꼈던 엄청난 양에 육박당하는 일도 없지만 그렇게 볼 것이 없지도 않았다.



알프스에서 짐을 나르는 일군복장부터 결혼, 출산, 양육에 필요한 물품과 가구까지 일상의 생활을 전시한 곳이다. 가 본 두 군데의 박물관 모두 그림도 있지만 유사한 컨셉이었다.

소박하기까지한 그들 서민의 일상물품을 살펴보면서 이곳이 과거 우리와 비슷한 사람살던 곳임을 알겠다. 우리나라 자개장이나 예전 어머니들이 사용하시던 장롱을 연상시키는 가구도 있었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야 왜 박물관에 오는지 조금 알게 된거 같다.
당시 현대적 의학이 도입되기 전의 시대에 이곳의 의사였던 사람의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열에 한명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자가 결혼하게 되면 가져가는 혼수에 나무로 짠 요람이 포함되어 있다. 건강한 다산을 기원하는 예물이라고 한다.

또 이 박물관에는 뛰어노는 아이들이 방해가 되지 않토록 조용히 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 아이들이 볼수 있는 그림책과 놀이기구도 마련해 놓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시간이 있어서 인스브루크에 있는 조금더 현대적인 박물관을 가 보았다.

이곳에는 중세시대 그림들이나 도자기들 그리고 고가구 등 생활용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근대로 넘어가자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들이 썼을 만한 면도기구와 사진기 등 향수를 자극하는 익숙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이 방을 지나서 다른 방으로 가자 갑자기 응! 하는 소리가 들려서 들어가려는 우리를 멈칫하게 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 소리의 정체를 알수 없어서 방으로 들어갔더니 소리의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화장실 박물관이었는데 그 소리는 응가하는 소리였다.
과거 우리의 가마솥만한 것을 여러개 만들어서 종류와 연령대별로 사용할 수 있게 한 화장실이나, 그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분과 소똥까지 전시하고 있었다.
약간 기가 막히기도 했는데, 이런 일상이 박물관에 있을줄 몰랐다.
생각보다 소박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티롤(인스부르크가 속한 지방 이름) 사람들이다.



아내와 나는 한참 웃다가 그 방을 나왔다.

마지막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스왈로브스키 매장을 다녀오는 것으로 인스부르크 여정을 마쳤다.

밖에서는 눈덮인 알프스에 쌓여있는 인스부르크의 명물 황금지붕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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