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2, 2014

Thermal Vals 가는 길 생을 마감할 뻔 한 이야기

아내 친구의 추천으로 스위스에서 온천을 하기로 했다. 발스(Vals) 지방에 아주 럭셔리한 Thermal Vals 라는 호텔이 있다. 건축학계의 노벨상을 탄 유명한 사람이 지은 건물로.. 어쩌고 저쩌고 .. 그건 잘 모르겠다.
너무 비싸서 약간 망설였지만 프랑스 남부로 내려가기 전에 하루 자기로 했다.

가는 길은 네비로 찍어보니 취리히에서 4시간이 조금 덜 걸렸다.
갈만하네 하고 출발하는데 호텔 홈피에 street No(번지수)가 안나온다. 손바닥만하니 찾아가면 보이겠지 하고 출발했다.
취리히를 떠나서 꼬불꼬불한 알프스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관령 국도보다 더 쓰릴 넘치는 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간에는 일차선만 있어서 차량들이 서로 지나가도록 기다려야 하는 구간도 나왔다. 머 그래도 경치도 좋고 갈만했다. 뒤 차 눈치 안보고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니까..

드디어 발스에 도착했다. 눈덮인 설산이 손에 잡힌다. 정말 잡혔다.
차길 빼고 주변은 눈이다.



여기까지 온게 대견했다.
도착해서 오후 다섯시가 다 되니까 주변은 벌써 어둑해진다.
눈이 쌓인데다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급해졌다.
구글 지도를 꺼내서 호텔 위치를 찍어보았다. 그리고 구글 맵이 안내해주는대로 가기로 했다.
5분내 도착이라고 나온다.
일단 눈덮인 마을을 지났더니 막다른 길에서 우회전 하라고 한다.
우회전길은 양들이나 뛰어다닐 산길이다.
그런데 그 길 위쪽으로 집들이 띄엄 띄엄 있긴하다.
길은 딱 바퀴 자국 두개만 나 있는 일차선 산길이다.

여길 올라가면 나오나보다..
오르기 시작했다. 구글 맵은 안내하는데 자동차에 있는 네비는 이곳이 길이 아니라고 한다.
구글이 맞겠지 머..
올라간다.

20~30도 정도 가파른 눈산을 올라가니 또 올라가라고 한다. 이제 막다른 길이다.
내려올수도 없다.
밑에는 까마득하게 마을이 보인다.

취리히 사건에 이어서 이제는 여기서 잘못하면 죽나 보다 싶었다.
강원도 설산을 많이 보아온 나도 이런 운전은 처음이다.

올라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올라가면 죽는다
내려가기도 어렵다.

산 중간에서 차 버리고 내려갈까?
올라가는 길에 옆에 눈덮인 50cm 정도 여유있는 공간이 보였다.
여기서 유턴하기로 했다.
보니까 왼쪽은 절벽이고 오른쪽은 길 옆에 공간이 조금 있다.

아내보고 내리라고 했다.
차를 봐 달라고 하고, 나는 조심조심 눈 덮은 산에서 유턴을 시도했다.
길에서 눈밭으로 후진했다가 낭떠러지 쪽으로 조심조심 유턴을 했다.
죽기야 하겠나.
아무생각없다.

다행이다. 간신히 유턴에 성공했다.
내리막길은 바퀴자국 빼고는 모두 눈길이다.
엉금엉금 기어가듯이 내려갔다.

이십여분만에 다시 마을로 들어가는 길로 내려왔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올라갔던 산이 까마득하다.
저기에 사는 사람도 이해가 안간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찾는 호텔은 마을 초입에 있었다.
지나쳐버린 것이다.

호텔까지 와서 나는 한참 있다가 깨달았다.
아 ! 아까 죽을 뻔 했구나.

살려주심에 감사기도를 올렸다.
눈덮에 알프스에서 살게 된 것에 감사하였다.

혹시 누가 Thermal Vals 에 간다면 명심해라.
Vals 마을 초입에 버스 정류장 표지판으로 노란색으로 Thermal 이라고 써 있다.
거기 아무데나 차 대고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

나도 운전하면서 보았는데 설마 그게 호텔표지인지는 몰랐다.
Hotel 이라고 좀 써주지...


어제 취리히 사건에 이어 오늘도 잊지 못할 사건이 생겼다.
그러보니 여행 딱 중간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