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2, 2014

취리히 사건!

후배와 취리히 대학을 감상하고 기숙사까지 후배를 태워준 다음에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카드키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황당했다.
문제는 이곳은 아파트호텔인데 리셉션이 별도로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신의 예약번호를 가지고 전자 박스 앞에서 누르면 키가 나오는 형태로 저렴한 대신 문제가 생기면 긴급 연락처로 전화를 해야 한다.

로밍폰을 가지고 비싼 요금을 내긴 싫지만 전화를 해 보았다 받지 않는다. 입술이 말랐다. 이런.. 노숙해야 하나?
할수 없이 혹시나 해서 무인 리셉션 박스에 가 보았다.
거기에는 한 젊은 스위스 남녀가 짐가방을 앞에 두고 물끄러미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사정이 급한지라 일단 여기 저기 전화해서 삼십분이 지나서 간신히 담당자와 통화가 되었다. 아뿔싸 담당자는 할머니 혹은 나이든 아줌마인듯 한데 영어를 잘 못한다. 키가 안열린다고 하니까 엉뚱하게 얘약번호만 물어본다.
간신히 이래 저래 설명하면서 겨우 문제만 얘기했다. 그랬더니 나중에 다시 전화하란다. 짜증났지만 별 수가 없다.

기다리는 동안 예의 젊은 스위스 커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들은 도미니카 공화국에 가는 길인데 내일 새벽에 나가야 해서 하루 잘려고 이곳을 예약했다고 한다. 그런데 키를 받아서 방문을 여니 누군가 그 방에서 자고 있더란다. 긴급 연락처로 연락을 했지만 그곳에서는 엉뚱한 얘기만 하면서 기다리라고 해서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우리보다 더하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아내와 나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같은 처지인 심정으로 한참 얘기를 하다보니 한국에 대해서는 브레이크 댄스 대회에서 일등하는 나라로 알고 있었다. 회사 다닐때 만난 사람들은 모두 비즈니스 관련되니까 한국에 대해서도 익숙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만난 젊은 커플은 한국을 브레이크 댄스 잘 하는 나라로 알고 있구나 싶었다.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도 우리는 모두 오늘밤을 불안해했다.
그 친구들은 다른 방 없냐고 전화로 계속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고 있는 사람 깨워서 내보내라는 황당한 이야기 뿐이었다.

나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 잠이나 잘까? 다행이 아내는 침착하게 기다린다.
머 안되면 아내는 후배 기숙사에 보내서 일박하라고 하고 나는 대충 차에서 잘까 보다.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 다시통화를 하게 되었다.
실랑이 끝에 간신히 무인 리셉션 박스에서 다른 키를 얻었다.

그 젊은 스위스 커플은 결국 전화로 협상 끝에 한 밤중에 다른 호텔을 알아보러 갔다. 그들은 새벽 4시에 비행기타러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들과 우리는 짧고 진한 만남을 아쉬워하면서 서로에게 행운을 빌었다. 
우리는 다행히 방에 들어가 잘 수 있음을 감사했다.

이제 다신 그런 리셉션 없는 호텔은 안갈거다.
아마 그 스위스 커플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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