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2, 2014

루미에 일루미나를 가다

우리는 타라스곤이라는 아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이미 한달 가까이 호텔에 머물면서 요령이 생겨서인지 사용자 평이 아주 좋은 곳만 고르다보니 이곳을 골랐다.
이 호텔은 16세기에 지어진 건물의 내부만 리모델링해서인지, 올라가는 계단도 예전 16세기에 쓰던 계단 그대로다. 센스있는 주인 할머니가 살갑게 대해주면서 이것 저것 설명을 해준다. 이 좁은 계단으로 짐을 간신히 옮기고,보니 정말 16세기 건물이다.
안쪽으로 별도의 유리문이 있긴 하지만 창문은 정말 돌로 된 벽 사이로 뚫려있다. 수백년된 집이 지금도 건재한 이유는 엄청나게 두꺼운 돌로 지어졌기 때문이고, 또 그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 할머니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어렵게 중세 시대에 마굿간으로나 쓰였을 법한 헛간에 차를 주차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여행책자에는 잘 나오지도 않지만 주인 할머니가 강추한 루미에 일루미나 라는 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는 차로 약 이십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이 한적한 곳에 차를 대고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예전에 석재를 채취하던 곳이었는데 동굴을 연상케하는 높은 돌벽에 천장과 바닥과 기둥 모두를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프랑스의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영상미술관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천천히 걸으면서 모네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르느와르도 만났으며, 마티스 등 프랑스가 자랑하는 화가들의 걸작들을 볼 수 있었다. 붓의 터치 하나 하나가 돌 벽에 눈에 잡힐 듯이 보였다.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이곳을 보러 관람을 왔다. 아이들이 르느와르 작품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들을 닮은 듯하다.
그림을 배우고 있는 아내는 너무 좋다면서 이곳에서 화가 들의 그림이 세번째 반복되자 그제서야 자리를 뜨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진기의 발명이 인상파와 같은 새로운 조류를 만들었고 영사기의 발명이 이제 이런 동굴에서 우리가 프랑스 미술의 거장들의 그림을 환상적인 분위기 가운데 감상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작품이 없다면 이곳의 존재는 불가능하다. 쉴새 없이 바뀌는 기술에도 거장들이 만든 작품들은 여전히 살아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변하는 기술보다는 예술이 더 오래간다고 감히 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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